AWS 인프라 개편기 - 계획만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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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한참 만에 블로그를 다시 켰다. 마지막 글이 “AWS 인프라 개편기 - 개선 계획”에서 멈춰 있었다.

그 글은 이렇게 끝났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실제로 1단계를 실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 다음 편을 쓰지 못했다.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계획만 세우고 떠났다

당시 상황은 그 계획 글에 자세히 적어뒀다. 짧게만 추리면, 동료들이 빠져나가 서버팀에 혼자 남았고, 손볼 게 많은 인프라를 어디서부터 정리할지 5단계 계획으로 그려둔 상태였다.

문제는 그 계획을 실행하기도 전에 일이 벌어졌다는 거다. 1단계를 막 시작하려던 무렵, 좋은 제안이 왔다.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타이밍이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개편 계획은 1단계도 제대로 손대지 못한 채 문서로만 남게 됐다.

아쉬움 반, 홀가분 반

솔직히 마음이 복잡했다. 아쉬움 반, 홀가분 반이었다.

아쉬운 건 계획 자체였다. 현황을 뜯어보고, 옵션을 비교하고, 비용까지 따져가며 꽤 공들여 그린 그림이었다. EC2를 유지할지 ECS로 갈지, 배포를 어떻게 자동화할지, 뒤집힌 DB 구조를 어떻게 되돌릴지.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걸 실제로 굴려보고 “이렇게 했더니 이렇게 되더라”를 써보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홀가분한 건 혼자 모든 걸 떠안고 있던 무게가 내려갔다는 거다. 온콜도, 장애 대응도, 신규 개발도 전부 혼자였다. 그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늘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는데, 그 짐을 내려놓는다는 게 생각보다 후련했다.

그래도 남은 건 우선순위 감각

실행은 못 했지만 그 과정이 통째로 날아간 건 아니었다.

가장 크게 남은 건 우선순위 감각이다. 혼자라서 한 번에 다 할 수 없으니, 뭐부터 손대야 하는지를 계속 따져야 했다. 그래서 계획을 5단계로 쪼갰다. 1주차는 리스크가 낮으면서 급한 것 — 퇴사자 IAM 비활성화, 방치된 SSH 키 폐기, 중지된 인스턴스 정리. 가장 위험한 백업 없는 운영 DB는 “즉시 백업부터, 마이그레이션은 나중에”로 나눴다.

한꺼번에 다 바꾸려다 사고 내는 것보다, 리스크 낮고 급한 것부터 자르는 판단. 이건 혼자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몸으로 배웠다. 합의할 사람이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직접 저울질하지 않았을 거다. 이 감각은 지금 새 곳에서도 그대로 쓰고 있다.

그리고, 혼자 떠안는 구조는 오래 못 간다

또 하나 분명해진 게 있다. 개인의 의지로 버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거다.

인프라가 그 지경이 된 건 누가 게을러서가 아니었다. 팀이 작고 바빴고, 중요한 맥락이 문서가 아니라 구두로만 오갔고, 그러다 사람이 빠지면서 맥락이 통째로 유실됐다. 용도를 알 수 없는 EC2 58개는 그 결과물이었다.

내가 떠나면서 그 짐은 다시 누군가에게 넘어갈 거다. 솔직히 그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더 분명해졌다. 한 사람이 다 떠안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 없이도 굴러가게 만드는 게 진짜 인프라라는 것. 문서화와 조직이 왜 중요한지를, 그게 무너진 자리에서 거꾸로 배웠다.

계획은 기록으로 남았다

계획 글을 지우지는 않을 생각이다. 실행기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그 자체로 “1인 체제에서 인프라를 어떻게 바라봤는지”의 기록이니까. 혹시 그 자리를 이어받은 누군가가 본다면, 출발점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서버팀 1인 생존기”를 시리즈로 써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결국 한 편의 계획과 한 편의 회고로 닫게 됐다. 예상한 결말은 아니지만, 이것도 나름의 결말이다.

새 곳으로 옮긴 지도 두 달 가까이 됐다. 정신없이 적응하다 보니 블로그를 다시 여는 게 이제야 됐다. 이번엔 계획만 쓰고 끝내지 말고, 실행편까지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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