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이 기본값이던 내가 읽은 책 - 꾸준함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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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는 썼고, 지키진 못했다

올해 초에 회고 글을 하나 썼다. 책을 읽겠다, 블로그를 꾸준히 쓰겠다, 자격증을 따겠다. 그런 것들을 적어놨다.

다시 읽어보니 민망하다. 대부분 제대로 못 지켰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나는 늘 이런 식이었다. 뭔가 하겠다고 마음먹고, 며칠 하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작심삼일이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었다.

첫 책을 뭘로 할까

그래서 이번엔 목표를 낮춰 잡기로 했다. 거창한 계획 말고 책 읽는 습관부터. 최소한 이것 하나만이라도 이어가보자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첫 책이었다. 평소에 책을 잘 안 읽다보니 뭘 골라야 할지부터 막혔다. 기술서를 집으면 또 며칠 만에 덮을게 뻔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이노우에 신파치의 『꾸준함의 기술』이다.

저자는 20년차 북디자이너다. 1년에 200권을 디자인하면서 조깅 25년, 일기 22년, 블로그 9년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 루틴이 화제가 되면서 쓰게 된 책이라고 한다.

습관을 들이려고 습관에 관한 책을 첫 책으로 골랐다. 지나고 보니 이 조합이 나쁘지 않았다.

저자가 내놓은 답

무슨 일이든 무조건 계속하게 되는 대단한 방법. 이 책이 내놓는 답은 이거다.

매일 한다

처음 읽었을때는 조금 허무했다. 이게 끝인가 싶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알겠더라. 답이 단순한거지 실행이 단순한게 아니었다. 책의 나머지는 전부 “그래서 어떻게 매일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어떻게 매일 하나

저자가 소개하는 방법들 중에 기억에 남는건 이런 것들이다.

포기하고 싶은 이유를 먼저 분석한다. 그만두고 싶어질때 의지로 버티는게 아니다. 왜 그만두고 싶은지를 따져보고 그 이유 자체를 없앤다.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다시 시작하는게 아니라, 해결하는 것 자체가 계속하는 방법이 된다.

할 일을 더 작게 쪼갠다. 매일 하기로 한 일이 부담스러우면 부담이 없어질때까지 잘게 나눈다. 하루치가 우스울 정도로 작아져도 상관없다. 중요한건 크기가 아니라 끊기지 않는 것이다.

어려운 일 앞에 쉬운 일을 붙여둔다. 저자는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기로 결심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를 내리는 훨씬 쉬운 일을 앞에 붙여서 같이 묶었다. 커피를 내리면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게 되는 식이다.

요지는 어려운 일에 착수하기 전에 쉬운 행동 하나를 스위치처럼 끼워넣는 것이다. 사람은 뭔가를 하기 직전까지를 제일 어려워하지, 막상 시작하고 나면 곧잘 한다는게 저자의 관찰이다.

이 관찰은 어디까지 해야 한 걸로 쳐줄 것인가 하는 문제로도 이어진다. 아침에 러닝을 나가기 싫은 날이라도, 운동복을 입고 문 앞까지 나서기만 했으면 그걸로 잘한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매일 하기로 마음을 먹고 몸을 움직인 것이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공통점이 있다. 전부 의지를 강하게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의지가 필요 없게 만드는 방법이다.

나는 그동안 의지가 부족해서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의지에 기대는 구조가 문제였던것 같다.

인생 선배의 일기를 훔쳐보는 느낌

이 책의 좋았던 점은 화려한 포장이 없다는 것이다.

대단한 이론이나 연구 결과를 들이대지 않는다. 그냥 저자 본인이 매일 하기 위해 어떻게 고민해왔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인생 선배의 노하우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느낌에 가깝다.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다. 저자는 1년 뒤 자기 생일에 춤추는 영상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그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5분씩 춤을 연습했다. 그렇게 올린 영상을 책 중간에 그대로 걸어놨다.

하루 5분이라는 우스울 만큼 작은 단위가 1년치로 쌓이면 뭐가 되는지를, 말로 설명하는 대신 영상 하나로 보여준 셈이다.

이걸 보고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구나 싶었다. 글 전체의 진정성이 여기서 한번 더 올라갔다.

문장도 쉽게 읽히도록 잘 구성되어 있다.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이 첫 책으로 집기에 부담이 없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톤이 다그치는 쪽이 아니다. 매일 꾸준히 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계속 말해준다. 채찍질이 아니라 위로와 격려에 가까웠고, 읽으면서 용기가 생겼다.

그래서 뭘 시작했나

첫날 2장까지 읽고 나서 나만의 루틴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두 개로 정했다.

  • 운동하기. 최소 한 시간.
  • 책 읽기. 최소 일주일에 한 권.

다짐한 이후로 헬스장은 매일 가고 있다. 책은 이 책을 시작으로 벌써 한 권을 다 읽었다.

아직 3일째다. 자랑할만한 기록은 아니다.

3일째의 기록

3일은 하필 작심삼일의 경계선이다. 여기서 끊기면 늘 하던대로 끝나는거고, 넘어가면 처음으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거다.

이 글도 그 루틴의 일부로 남긴다. 올해 초에 블로그를 꾸준히 쓰겠다고 적어놓고 못 지켰는데, 이번엔 각오를 적는 대신 그냥 오늘 한 편을 쓴다.

책이 말한대로라면 이게 맞다. 잘 쓰는것보다 끊기지 않는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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